데자뷰 같다.


 2010년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인터밀란(이하 인테르)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는 인테르의 골문을 중심으로 두 줄 그물망을 친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당시, 무리뉴는 하프라인 이전까지는 공간을 다 내어주고 수비라인을 완전히 내린 채 뚫을테면 뚫어봐라는 전략이었다. 바르샤는 이러저리 패스를 돌려보고 돌파도 해보려 했지만 피지컬을 자랑하는 인테르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그리고 캄비아소, 판데프, 밀리토, 슈나이더의 2:1패스에 의한 논스톱 슛에 무너졌다. 이후, 슈나이더의 가치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어제 첼시와의 경기에서도 바르샤는 8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역습 한방에 무너졌다.


 전반종료를 1분도 채 안 남긴 상황 중앙에서 메시의 패스를 가로 챈 램파드가 왼쪽으로 벌려주는 패스를 했고 하미레스가 침투하면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오른쪽에서 함께 뛰어 들어가던 드록바가 골키퍼 중심 반대방향으로 슈팅을 날려 골을 성공시켰다. 바르샤 수비진은 무게중심이 모두 앞으로 쏠려 뒤쪽으로 낮고 빠르게 들어오는 하미레스의 크로스를 그대로 흘려 보내고 말았다. 단 10초도 걸리지 않은 역습이었다.


 이 장면은 2년전과 같은 결과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날 바르샤는 점유율을 가져가며 공간을 찾는 축구를 했지만 하프라인 아래에서 손짓하며 기다리는 첼시의 힘 있는 수비진에 밀려 나오기 일쑤였다. 물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스루패스가 두 차례 정도 성공했지만 산체스는 골대를 맞췄고 파르레가스는 체흐 골키퍼가 각을 좁히 나오자 공에 스핀을 과하게 걸었다. 메시는 드리블 돌파로 좋은 위치에서 세 번의 프리킥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비가 많이 내린 탓인지 전문키커들의 슛이 모두 수비벽에 막히거나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날 단연 돋보였던 건 디디에 드록바였다. 드록바는 상대진영으로 길게 넘어오는 공중볼을 대부분 소유하면서 바르샤 수비진을 위협했다. 바르샤 수비의 공격가담을 어느정도 저지한 셈이다. 특히, 수비수 두명을 상대로 공중볼을 획득하는 장면은 가히 놀라웠다.


 과연 2차전은 어떻게 전개가 될까.

 바르샤는 2차전을 캄프 누에서 하기에 홈관중들의 응원과 익숙한 그라운드 환경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바르샤는 라리가 세비야전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예선 빅토리아 플젠전 때도 중앙을 뚫지 못해 고전했었다. 두 경기 모두 바르샤 홈에서 치루어진 경기였다. 첼시가 잠그는 축구를 하다가 1점만 뽑아내면 바르샤는 적어도 3점은 내야하기에 바르샤보다 첼시가 더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


 많은 축구팬과 전문가들이 이번에도 바르샤가 우승을 할 거라고 예상하며 레알마드리드와의 엘클라시코 결승을 점쳐왔지만 레알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을 1-2로 패한데 이어 첼시가 1-0으로 승리하면서 결승 진출팀이 어느팀이 될 지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혹시, 바이에른 뮌헨과 첼시가 결승전에서 맞붙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결과만 보면 홈에서 1점을 허용한 바이에른 뮌헨보다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첼시가 세 팀 중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와 있는 건 사실이다. (사진: UEFA 메인 캡쳐)

Posted by 글쓰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