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야기를 틀이 정해져 있지만 정해져 있지 않은 듯  그리고 말하듯 자연스럽게 때론 거침없이 표현하는 힙합에 매력을 느꼈다.



13일 방영된 Mnet '쇼미더 머니'에서 가리온은 윤종신의 노래 '애니'를 재즈를 접목한 힙합스타일로 선보였다.  "지금 보여줬던 모든 공연이 프리스타일 이었다는 겁니다." MC 은지윈에게 이 말을 듣는 순간 세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몇 마디도 아닌 3분이 넘는 곡을 어쩜 그렇게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다시 돌려보니 같은 말이 반복되기도 하고 가사의 의미가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의식하고 봤기에 느꼈던 것이지 처음 봤을 때는 전혀 몰랐다. 보통 프리스타일 랩은 순간적으로 만들어 내는 말이다 보니 기발할 수는 있어도 문장 전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두 소절도 아닌 노래 전체를 프리스타일로 랩을 한다니


사실 가리온의 지난번 무대를 보고도 '우리나라에 이런 가수가 있구나'라며 감탄을 연발했었다. 지난 이력을 보니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을 수상했더라. 가리온은 노래 '영순위' 에서 직설적이면서 형식적이지 않게 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었다. 힙합이 미국에서 건너오긴 했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가사를 살려낸 이 음악을 미국에서 과연 흉내나 낼 수 있을까. 



그들이 멋있는 이유는 무대가 아닌 실상에서는 영락없이 겸손하다는 점이다. 공연 연습일 치타가 지각을 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긴 했지만 당장 화를 내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지각했다며 논리적으로 잘못을 지적했다. 그리고 치타가 실제 공연무대에서는 무리없이 소화해 내자 '프로정신이 있다'고 그를 치켜 세웠다. 또 무대를 마치고 공개된 공연비가 고작 55만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MC메카는 "저희는 뭐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보통 힙합퍼들은 평상시에도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말하며 독설을 내뱉는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가리온이 무대 밖에서 보이는 모습을 보며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싶었다.


힙합가수들만의 서바이벌무대인 '쇼미더 머니' MC메카는 자신들의 무대에 소름이 돋았다는 MC 은지원에게 "제가 어차피 저는 힙합 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올라왔는데 프리스타일은 굉장히 랩퍼에게 있어서 중요한 표현도구 중에 하나기 때문에 그걸 증명하려고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누가 힙합을 껄렁껄렁하고 폼만 잡는 음악이라고 했던가.  가리온은 몸에 주렁주렁 목걸이를 메달고 헐렁한 바지를 입고 폼을 재는게 아닌 마이크 하나만 들고 자신들을 증명 해 보였다. (사진: Mnet 'Show Me The Money' 캠쳐)


Posted by 글쓰는이